2025/10 24

STO 혁명, 종이증권 이후 처음으로 바뀌는 자본의 언어

1.종이에서 코드로, 자본의 문법이 바뀐다20세기 금융의 언어는 ‘종이’였다. 주식은 증권으로, 부동산은 등기부로, 금은 실물로 존재했다. 모든 자산은 물리적 형태를 전제로 가치가 기록되었고, 거래에는 중개인과 증명서가 필요했다. 하지만 21세기의 금융은 점점 ‘코드’로 번역되고 있다.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바로 이 거대한 변환의 중심에 서 있다. STO는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실물 자산이나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상의 토큰으로 발행해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주식, 부동산, 미술품, 심지어 탄소배출권까지 — 전통적으로 유동성이 낮던 실물자산들이 디지털 네트워크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이 변화의 의미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자본의 작동 방식 자..

경제 2025.10.11

데이터 인프라가 부동산 시장을 집어삼키는 조용한 혁명

1.땅 위의 건물이 아니라, 땅 밑의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시대한때 부동산의 가치는 건물의 외관이나 입지로 평가되었습니다. 지하철역과의 거리, 일조권, 학군 같은 전통적 기준이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 도시의 가치 지형이 조용히 변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 인프라—서버 팜, 광케이블, 데이터 센터—가 새로운 ‘입지’가 되고 있습니다.데이터가 부동산을 바꾸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의 축이 물리적 공간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자산이 더 이상 공장과 건물에만 머물지 않고, 클라우드와 서버 속으로 옮겨가면서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땅’의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예컨대 미국 버지니아주의 애슈번은 ‘데이터의 수도’로 불립니다. 전 세계 인터넷..

경제 2025.10.10

노년은 소비자가 아니라 창업자다 ‘액티브 시니어’의 부상

1.은퇴가 아닌 ‘전환’의 시대, 시니어 경제의 새로운 문이 열리다한때 ‘은퇴’는 일생의 종착점처럼 여겨졌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해온 사람들은 퇴직 후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소비 중심의 노후가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다릅니다. 60세는 더 이상 ‘노년’이라 부를 수 없는 나이이며, 70세에도 사회적 기여와 자기 실현을 꿈꾸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85세를 넘어가며, 인생의 3분의 1이 ‘은퇴 이후’로 남게 된 지금, 단순한 여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일과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일입니다.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니어층은 풍부한 사회 경험과 자산, 그리고 학습 의지를 갖춘 세대로 평가됩..

경제 2025.10.10

숫자가 말하는 나라: KRED가 바꾸는 경제 분석의 패러다임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로 읽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언어1.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과거 경제를 분석하는 방식은 주로 전문가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왔다. 통계청, 한국은행, 각 부처에서 발표하는 자료들이 흩어져 있었고, 연구자나 언론은 그때그때 필요한 수치를 찾아 해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 이 단편적인 접근은 한계에 부딪혔다. 경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지표 간의 상호작용은 정교하게 얽혀 있다.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한국 거시경제 데이터베이스, KRED다. KRED는 국내 주요 거시지표를 통합해 하나의 구조적 데이터로 정리한 시스템이다. 물가, 고용, 생산, 무역, 금융 등 다양한 영역의 시계열 데이터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으며, 경제의 장기 흐름을 시각적으로 분석할..

카테고리 없음 2025.10.09

‘희소 자원’으로서의 집중력과 이를 둘러싼 경제적 전쟁

시간보다 귀한 것은 ‘집중’이다1.정보의 과잉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희소 자원오늘날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면 뉴스, 영상, 광고, 메시지가 동시에 쏟아지고, 1분마다 수십만 개의 콘텐츠가 온라인 공간에 업로드된다.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그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의 인지 용량’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희소해진 것은 정보가 아니라 ‘집중력’이다.집중은 물처럼 흘러가는 자원이 아니다. 한정된 뇌의 에너지와 시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한 가지 일에 몰입할 때 뇌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한 번 소모된 주의력은 즉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집중은 ‘경제학적 희소성’을 지닌 자원이 되었다. 과거에는 석유나 금이 경제를 움직였..

경제 2025.10.09

바다 밑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자본주의

우리가 알고 있던 자본주의는 땅 위에서 움직였다. 석유와 금, 토지와 노동, 데이터와 기술이 가치의 중심을 이루며 성장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자본의 시선은 점점 더 깊은 곳, 바로 심해(바다 밑 세계)로 향하고 있다.이 깊은 바다에는 망간단괴, 코발트각, 니켈, 희토류와 같은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들이 숨어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 서버, 풍력발전기 등 현대 문명의 동력은 모두 이 금속들에 의존한다. 육지의 광산이 점점 고갈되고,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의 새로운 영토’가 바다 밑으로 확장되는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심해 개발은 단순한 자원 채굴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이 새로운 형태로 작동하는 공간을 찾는 과정이다. 이제 바다는 단순한 생태계가 아니라, 지구의 ..

경제 2025.10.08

불황 같지 않은 불황 ‘느린 경기침체’란 무엇인가

요즘 경제를 이야기할 때 “불황”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거리로 나가보면 완전히 얼어붙은 분위기는 아니다. 카페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가득하고, 주말이면 쇼핑몰과 여행지가 붐빈다. 기업 실적은 둔화되고 성장률은 낮아졌는데, 체감상 ‘위기’보다는 ‘정체’에 가깝다. 이런 모순된 풍경을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이 바로 ‘느린 경기침체(Slowcession)’다.느린 경기침체는 급격한 경제 충격 대신,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식어가는 경기 흐름을 말한다. 소비, 고용, 투자 등 주요 지표가 빠르게 무너지지 않지만 조금씩 하향세를 이어가며, 체감 경기와 공식 지표 사이의 괴리가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즉,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성장의 ‘속도’가 줄어든 상태다. 이런 시기에는 기업도 소비자도 급..

경제 2025.10.08

서버가 곧 영토다 데이터 국경의 경제학

1.데이터가 새로운 영토가 된 이유21세기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이제 더 이상 석유도, 금도, 심지어 돈조차 아니다. 그것은 ‘데이터’다. 한 사람의 이동, 검색, 소비, 결제, 감정, 건강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행위는 디지털 흔적으로 남고, 이 데이터는 기업과 국가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자원으로 변모했다. 과거 영토가 군사력의 근거였다면, 오늘날 영토의 경계는 데이터가 저장된 서버의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데이터는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이동하지만, 그것을 저장하고 통제하는 주체는 여전히 국가와 기업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며 사실상 “디지털 영토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물리적 국경은 지도에 표시되지만, 데이터 국경은 네..

카테고리 없음 2025.10.07

작은 도시, 큰 경제 로컬의 힘이 바꾸는 시장 구조

1.거대한 시장의 균열, ‘작은 단위’의 부상한 세기 넘게 세계 경제는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넓게”라는 명제를 따라 움직여왔다. 생산은 글로벌로, 자본은 초국적으로, 브랜드는 보편적 이미지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거대한 공급망은 코로나19 이후 흔들렸고, 소비자는 거대 브랜드보다 ‘내 곁의 가치’를 찾기 시작했다. 대형 유통망과 대도시 중심의 경제 질서에 균열이 생기면서, 작고 독립적인 로컬 단위가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이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다. 로컬이 주목받는 이유는 ‘작다’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자립성과 관계성,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이제 작은 도시나 마을..

카테고리 없음 2025.10.07

회계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탄소가 자산을 흔들다

기업의 가치는 숫자로 말한다. 매출, 이익, 자산, 부채, 그리고 주가 모든 것이 정량화되어 평가되는 자본주의의 언어가 바로 ‘회계’다. 그러나 이제 그 언어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재무제표에 보이지 않던 요소, 즉 탄소배출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기업의 숫자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재무회계가 단순히 돈의 흐름을 기록하는 기술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의 환경적 발자국을 측정하고 반영하는 윤리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탄소가 자산을 흔드는 시대” 그것은 곧 회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1.숫자로 측정되지 않던 리스크, 재무제표에 등장하다탄소배출은 오랫동안 ‘환경문제’로만 여겨져 왔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영역에 속하는 비재무적 요소로 취급되었고, ..

경제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