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버테크 시장의 진짜 수익원은 ‘중개’다

dingding79 2025. 10. 6. 09:05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는 더 이상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구조 변화다. UN 통계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의 4명 중 1명 이상이 60세를 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경제의 판도를 바꾼다. 실버 이코노미노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거대한 소비와 서비스 시장—은 이미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실버테크 시장에서 단순히 기술을 만드는 기업보다 그 기술을 ‘이용하게 만드는’ 중개자들이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실버테크의 진짜 힘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연결하고 번역하는 사람과 서비스에 있다.

1.기술보다 중요한 건 ‘이해의 다리’를 놓는 일

실버세대는 과거 산업화의 주역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소외된 사용자’로 불리기 쉽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기능의 절반도 쓰지 못하거나, 헬스케어 앱을 설치했지만 데이터를 확인할 줄 몰라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세대 간 격차가 크다.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이 바로 기술 중개업이다.

이 중개자는 단순한 기술 지원자가 아니다. 그는 실버세대의 일상과 감정, 습관을 이해하고, 기술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존재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의 심박 측정 기능을 단순히 ‘건강 데이터’로 설명하는 대신, “이 수치가 당신의 피로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입니다”라고 해석해주는 것이다. 그 순간 기술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로 변모한다.

이처럼 ‘기술을 번역하는 일’은 단순한 친절이나 서비스 차원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만든다. 실버테크 제품의 판매율과 유지율은 ‘기기 성능’보다 ‘이해도와 접근성’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된다. 실제로 일본과 유럽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케어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노년층 고객에게 헬스케어 디바이스나 생활지원 로봇을 맞춤형으로 추천하고, 설치·사용 교육까지 담당한다. 즉, 실버테크 시장의 성패는 기술력보다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실버테크 시장의 진짜 수익원은 ‘중개’다
실버테크 시장의 진짜 수익원은 ‘중개’다

2. 기술 중개업이 만드는 ‘관계형 수익 구조’

기술 중개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고령층을 돕는 사회적 의미 때문만이 아니다. 이 산업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중심 시장이 ‘한 번의 판매’에 머문다면, 중개 기반 서비스는 관계 유지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

예를 들어, 실버테크 디바이스 유통기업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사용법 교육·데이터 모니터링·원격상담을 묶은 구독형 모델을 운영한다고 하자. 고객은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서비스를 유지하고, 중개인은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기나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다. 이 구조는 단순한 ‘판매’에서 ‘지속적 연결 관계’로 경제의 축을 옮긴다.

또한, 이 중개 구조는 다층적 수익원을 형성한다. 중개인은 단순히 고객에게 기술을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제조사와 요양기관, 보험사 사이를 연결하며 추가적인 수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를 통해 수집된 건강 데이터가 보험 상품의 맞춤 설계에 활용될 때, 기술 중개자는 그 데이터 흐름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결국 그는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데이터와 서비스를 이어주는 플랫폼 운영자가 된다.

이 모델의 핵심은 ‘신뢰’다. 고령층은 기술보다는 사람을 믿는다. 기기보다 설명해주는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렇기 때문에 실버테크 시장에서 브랜드 충성도보다 더 강력한 것은 중개자에 대한 신뢰 충성도다. 그리고 이 신뢰가 곧 경제적 가치로 전환된다. 단골 고객이 생기고, 입소문이 퍼지고, 지역사회 기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기술 중개업은 제품 중심 시장에서 관계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는 실버테크 산업의 본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기술은 도구이지만, 관계는 자산이다. 이 자산을 구축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실버 이코노미의 승자가 된다.

3.실버테크 중개 생태계의 확장과 미래 가능성

실버테크 중개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확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 산업은 단순한 제품 설명을 넘어, 의료·복지·교육·데이터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 중개자는 고령층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병원 예약을 대행하거나, 원격진료 서비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노년층에게 AI 학습 도우미나 온라인 취미 클래스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지속적인 삶의 참여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동행 서비스’를 운영하며, 스마트폰·키오스크 사용을 돕는 교육형 중개자를 양성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요양서비스 기업들이 손잡고,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기술 돌봄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들은 단순히 새로운 기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매개로 한 인간적 관계망을 사업화하고 있다.

향후 실버테크 중개 생태계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AI 비서와 로봇이 보편화되면, 중개자의 역할은 기술 사용법을 알려주는 단계를 넘어 ‘기술의 윤리적·사회적 조정자’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개인 데이터 보호나 프라이버시 관련 문제에서 고령층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언하거나, 기술 과잉으로 인한 피로를 줄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설계할 수도 있다. 즉, 기술 중개자는 단순한 시장 조력자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설계하는 역할자로 진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사회는 함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는 실버테크 중개 인력을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제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기업은 이들을 단순 서비스 파트너가 아닌 전략적 가치사슬로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세대 간 기술 격차를 줄이고, 실버세대가 스스로 기술을 선택·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는 경제

실버테크 산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사람에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중개자의 역량’이 진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이 인간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 연결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 바로 실버테크 시장의 숨은 주인공들이다.

이제 실버 이코노미는 단순한 고령층 소비시장이 아니라, 세대 간 기술 문화를 잇는 거대한 중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기술을 이해시키고, 연결하고, 인간의 삶에 맞게 번역하는 시대가 열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 바로, ‘기술 중개자’다. 그들의 손끝에서 기술은 인간적 온도를 얻고, 시장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