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보다 귀한 것은 ‘집중’이다
1.정보의 과잉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희소 자원
오늘날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면 뉴스, 영상, 광고, 메시지가 동시에 쏟아지고, 1분마다 수십만 개의 콘텐츠가 온라인 공간에 업로드된다.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그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의 인지 용량’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희소해진 것은 정보가 아니라 ‘집중력’이다.
집중은 물처럼 흘러가는 자원이 아니다. 한정된 뇌의 에너지와 시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한 가지 일에 몰입할 때 뇌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한 번 소모된 주의력은 즉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집중은 ‘경제학적 희소성’을 지닌 자원이 되었다. 과거에는 석유나 금이 경제를 움직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이 자본의 주요 원천이 되었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 희소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교한 심리 설계를 동원한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은 모두 사용자의 집중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한 장치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는 ‘주의 경쟁의 장’이 되었고, 사람의 뇌는 하나의 시장으로 편입되었다.

‘희소 자원’으로서의 집중력과 이를 둘러싼 경제적 전쟁
2.집중을 거래하는 시대, 주의의 화폐화
과거 자본주의는 노동력과 자본의 교환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디지털 자본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주의’ 자체를 상품으로 전환했다. 플랫폼은 이용자의 집중을 확보한 뒤, 그것을 광고주에게 판매한다. 우리가 화면을 바라보는 몇 초의 시간조차 ‘가격’이 매겨진다.
이 구조를 ‘주의 경제’라고 부른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은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주의력을 측정·축적·거래하는 시장이다. 우리가 스크롤을 멈추는 순간, 머무는 시간, 클릭하는 콘텐츠가 모두 데이터화되어 광고 가치로 환산된다. 결국 이용자는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집중력을 지불하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셈이다.
이런 경제 구조에서는 콘텐츠의 ‘질’보다 ‘자극성’이 더 중요해진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강렬한 자극과 감정에 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분노, 웃음, 논란, 비교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킨다. 우리의 주의는 점점 더 산만해지고, 집중의 깊이는 얕아진다. 역설적이게도 집중이 귀해질수록,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리는 방향으로 훈련받고 있다.
3.알고리즘 전쟁: 집중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경쟁
이제 집중력은 단순한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간의 전략 자원이 되었다. 구글, 메타, 넷플릭스, 틱톡은 모두 이용자의 머무는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한 ‘알고리즘 전쟁’을 벌인다. 이들은 AI를 통해 개개인의 성향, 감정 상태, 소비 패턴을 예측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주의를 붙잡는 콘텐츠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틱톡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영상에 머무는 시간을 0.1초 단위로 측정하고, 다음 영상의 길이·주제·음악 톤을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이렇게 맞춤형 자극이 이어질수록 뇌는 더 쉽게 피로해지고, 더 빠른 보상을 원하게 된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의 집중력을 통제하기보다, 알고리즘에 의해 집중이 ‘조정’되는 존재로 변해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은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인지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주의가 분산된 사회에서는 장기적인 사고나 깊은 분석이 점점 어려워진다. 경제 시스템 역시 ‘즉각적 반응’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주가 변동, 소비 트렌드, 여론의 파도 모두 순식간에 요동친다. 주의의 단기화가 경제의 단기화를 낳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4.집중의 회복이 곧 경제의 회복이다
그렇다면 이 ‘주의 전쟁’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살아남는 길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해답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뇌 그 자체에 있다. 우리는 집중을 훈련하고, 회복하며, 선택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 웰빙’ 정책을 도입하며, 근로자에게 집중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이메일 확인 시간을 줄이거나, 회의 없는 날을 지정해 ‘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시도도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집중력의 회복이 곧 생산성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집중을 자산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무의미한 정보 소비를 줄이고, 일정 시간을 오롯이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마치 돈을 저축하듯, 주의력도 의식적으로 저장해야 한다. 집중은 시간을 낳고, 시간은 성과를 낳는다. 그 구조를 역행하면, 아무리 많은 정보 속에 살아도 ‘생각할 시간’이 사라진다.
결국 집중력은 더 이상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경제적 자산이며, 한 사회의 문명 수준을 가늠하는 새로운 척도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집중은 더 귀해지고, 그 가치를 둘러싼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집중력, 21세기의 금(金)
20세기의 산업화가 석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21세기의 디지털 문명은 집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원’ 위에 세워지고 있다. 집중은 시간을 낳고, 시간은 생산을 낳고, 생산은 부를 만든다.결국 집중을 잃은 개인은 시간을 잃고, 집중을 잃은 사회는 미래를 잃는다.따라서 오늘날의 진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집중을 지킬 줄 아는 사람,즉 ‘주의의 주인’이 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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