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왜 APEC 무대에서 국가 AI 생태계를 말하는가
2025년 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상들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경제 협력의 장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SK 그룹이 ‘국가 AI 생태계 비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우선, AI는 더 이상 단일 기업의 과제가 아니다. 데이터·반도체·통신·클라우드·에너지 인프라까지 모든 요소가 맞물려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국가 단위의 생태계’라는 비전은 곧 한국이 앞으로 AI 시대에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보여주는 전략적 선언이 된다.
또한, APEC은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경제 협의체 중 하나다. 한국이 이 자리에서 AI 생태계 청사진을 공개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내 전략을 발표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AI 협력과 경쟁 구도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이 AI 주도권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국은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라는 강점을 발판으로 ‘허브 국가’가 될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2.SK가 제시하는 한국형 AI 생태계의 핵심 축
그렇다면 SK 그룹이 제시할 ‘국가 AI 생태계’는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반도체 중심의 인프라 전략이다. AI의 핵심 동력은 연산 능력이며, 이는 결국 반도체에 달려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최근에는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며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 AI 생태계의 핵심 자산으로 삼으려는 구상이 뚜렷하다.
둘째,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전환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지만, 이는 동시에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SK는 ‘친환경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기반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AI 생태계가 기후 위기 대응과도 연결되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셋째, AI 서비스와 플랫폼 생태계다. 단순히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제 산업·사회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는 한국형 AI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 스마트팩토리, 헬스케어 AI, 금융·교육·물류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SK가 제시하는 AI 생태계 비전은 “반도체로 굳건히 기반을 다지고, 친환경 인프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며, 플랫폼으로 산업 전반을 혁신한다”는 3단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3.한국 AI 생태계의 글로벌 의미와 향후 과제
이번 발표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한국의 미래 전략이 공개된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이 비전이 글로벌 AI 경쟁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있다.
첫째, 글로벌 협력과 파트너십의 무대가 열린다. 한국은 미국과의 반도체·AI 협력, 중국과의 시장 연계, 유럽과의 친환경 기술 교류 등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있다. SK의 국가 AI 생태계 비전은 이런 국제적 협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APEC이라는 다자 협력체에서 이 전략이 발표된다는 점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중견국 이상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신호다.
둘째, 국내 산업 구조 재편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 한국의 많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AI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본과 기술의 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가 구축되면, 이들이 플랫폼을 통해 보다 쉽게 AI를 도입할 수 있고, 이는 곧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다.
셋째, 인재 양성과 규제 혁신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 제시되더라도, 이를 실행할 인재가 부족하거나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생태계는 힘을 잃는다. 따라서 정부·학계·기업이 함께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데이터 활용·윤리·저작권 등 AI 관련 규제를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비전 발표는 “한국이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AI 질서를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어떤 좌표를 차지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선언
10월 APEC 정상회의에서 공개될 SK의 국가 AI 생태계 비전은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닌,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어떤 좌표를 차지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선언이다. 반도체라는 강점을 넘어 친환경 인프라와 AI 서비스로 확장하는 전략, 그리고 국제 협력의 장에서 이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한국의 AI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 현실이 된 지금,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세계와 소통할지 주목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