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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부동산 개발은 멈췄을까? 새로운 투자 트렌드 읽기

dingding79 2025. 9. 29. 08:49

1.고금리의 그림자, 개발 시장을 덮다

202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크게 의존하던 국내 개발 사업자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쉽게 조달할 수 있던 자금이 이자 부담을 안기면서, 신규 개발 착공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일부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마저 중단되거나 속도를 늦추는 사례가 나타났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민간 건축 착공 면적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대규모 주거 단지 개발은 금융비용 증가로 분양가 상승 압력을 받았고, 이는 곧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 “돈이 돌지 않는다”는 말이 현장에서는 현실이 되었고,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은 개발업계에도 연쇄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모든 개발이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기 속에서도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 디벨로퍼와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이 시기를 ‘선별적 투자’와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즉, 고금리 시대는 무분별한 개발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하면서, 시장의 체질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시대, 부동산 개발은 멈췄을까? 새로운 투자 트렌드 읽기

고금리 시대, 부동산 개발은 멈췄을까? 새로운 투자 트렌드 읽기

2.위기 속 기회, 살아남는 개발의 조건

그렇다면 어떤 개발이 살아남고, 어떤 개발이 도태되고 있을까?

첫째, 복합 개발 프로젝트가 각광받고 있다. 단순 주택 분양만을 목표로 하던 과거와 달리, 주거·업무·상업·문화 기능을 아우르는 복합 단지는 장기적으로 가치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수도권 주요 신도시에서는 주거 단지와 함께 쇼핑몰, 오피스, 문화 시설을 함께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복합 개발은 단순한 분양 수익뿐만 아니라 운영 수익까지 고려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둘째, 운영 수익 기반 자산으로의 관심 전환이다. 고금리로 단기 분양 수익만을 노리는 개발은 한계에 부딪히지만, 호텔·오피스·물류센터처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은 투자 매력이 유지된다. 특히 이커머스 확산으로 물류센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물류 부동산 개발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셋째, 친환경·스마트 빌딩의 가치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글로벌 자본은 친환경 인증 건축물, 제로에너지 빌딩, 스마트 오피스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실제로 다수의 외국계 연기금과 투자펀드가 한국 시장에 참여할 때, 건물의 ‘그린 인증’ 여부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는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늘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나은 임대료 수준과 낮은 공실률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살아남는 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에서 벗어나, 장기적 수익 모델과 사회적 가치까지 담아낼 수 있는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다.

3.새로운 투자 트렌드, 시장의 판을 바꾸다

고금리라는 환경은 단기적으로는 개발 시장을 위축시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첫째, 리츠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확대다. 고금리 시대에 개인 투자자가 직접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상장 리츠나 부동산 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 자산에 간접 투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물류·리테일 리츠들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꾸준한 배당 수익률을 유지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둘째, 해외 부동산 투자 다변화다. 한국 디벨로퍼와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동남아,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맞물려,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해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AI 인프라 투자와도 연결되면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셋째, 도심 리모델링·재생 개발이 차세대 키워드로 부상 중이다. 신규 택지 개발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노후화된 도심 오피스·상가·주거지를 리모델링하거나 재생하는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과도 맞물려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와 데이터 기반 개발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구 이동, 상권 변화, 교통 패턴 등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이에 맞춰 맞춤형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일부 대형 디벨로퍼들은 이미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모델을 도입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고금리 시대, 부동산 개발은 멈췄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 단지 판이 바뀌고 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무분별한 공급과 단기 수익을 노린 개발은 위축되었지만, 복합 개발·친환경 건축·리츠·리모델링 등 새로운 트렌드를 품은 개발은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위기 속에서 옥석이 가려지는 지금이야말로, 장기적 안목을 가진 투자자와 디벨로퍼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