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왜 지금 ‘투자자 보호법’이 필요한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거래 규모가 큰 편이다.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한때 한국 원화 거래 비중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2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거래량의 크기와 달리 법적 제도는 아직 미비해, 투자자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시가총액 50조 원 이상이 증발하며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었고, 그 과정에서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한 거래소의 불투명한 운영, 상장 심사의 부실, 내부자 거래와 같은 불법 행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와 국회는 2025년을 기점으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며,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는 때때로 혁신을 제한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를 지킬 수 있는 신뢰의 장치”라는 긍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2.법안의 주요 내용과 변화 포인트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투명성 강화, 투자자 보호, 불공정거래 방지.
1)거래소 운영 규제 강화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등록 의무를 갖게 되며, 상장 심사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 코인 상장 시 백서, 프로젝트 운영진, 기술 검증 결과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장이 거부될 수 있다.
◎ 보관(커스터디) 서비스도 자본금 요건과 보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투자자 보호 장치 신설
◎ 예치금 분리 보관 제도가 도입되어, 거래소가 투자자의 자금을 자체 운영 자금과 혼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 피해 구제를 위해 보험 제도 또는 공적 보상 기금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 이를 통해 거래소 파산이나 해킹 사고 발생 시 일정 부분 투자자가 보상받을 수 있다.
◎ 투자 위험 고지 의무가 강화되어, 신규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숙지한 상태에서 거래하도록 유도한다.
3)불공정거래 행위 단속
◎ 시세 조종, 내부자 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은 기존 증권시장 불공정거래와 동일하게 처벌 대상이 된다.
◎ 금융감독원이 직접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해 이상 거래를 적발할 수 있게 된다.
◎ 법 위반 시 형사 처벌은 물론, 과징금·과태료 등 행정 제재도 강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무규제 상태’에서 벗어나 가상자산 시장을 금융시장과 유사한 체계 속에 포함시키는 큰 전환점이 된다.
3.시장과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의 시행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던진다.
먼저,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사기나 불공정거래로부터 보호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까지는 프로젝트 백서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상장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앞으로는 공시 자료와 심사 절차가 강화되면서 위험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예치금 분리 보관과 보험 제도는 투자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둘째, 기업과 거래소 입장에서는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이 늘어난다. 보안 인프라 강화,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외부 감사 비용 등은 작은 거래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시장에서는 규모가 작은 거래소가 도태되고, 자본력이 있는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면서도 건전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다. 한국은 지금까지 ‘코인 투자 열풍’은 뜨거웠지만, 제도적 신뢰가 낮아 글로벌 자본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법제화로 한국이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춘다면, 해외 기관 투자자와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는 블록체인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규제는 짐이 아니라 성장의 디딤돌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매일 등장하고, 기술은 진화를 거듭한다. 하지만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제도적 신뢰가 없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은 투자자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며,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거래소와 프로젝트가 규제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더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이번 법 시행은 “규제가 곧 기회”라는 인식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투자자에게는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기업에게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성장이, 그리고 한국 경제에는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