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미 관세 신경전의 배경 – 왜 지금 무역 갈등이 불거지나
글로벌 패권 경쟁과 산업 보호주의 강화라는 구조적 배경이 자리
최근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산업(철강·자동차·배터리·반도체 등)에 대한 수입 규제와 세율 조정이 쟁점이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패권 경쟁과 산업 보호주의 강화라는 구조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관세 조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정책 그리고 전기차 세액 공제 등은 사실상 무역 장벽의 성격을 갖는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자유무역 질서”가 약화되는 상황 속에서 미국의 규제·관세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미국의 2위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이자, 전략적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무역 전선에서는 협상과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생산 역량을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도구로 활용한다.
결국 이번 한·미 관세 신경전은 단순히 ‘세율 몇 %’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수출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2.직격탄 맞는 산업과 수출기업의 현실
관세 갈등은 한국 수출 기업의 손익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직접적 변수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더욱 민감하다.
① 철강·알루미늄 산업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을 자국 제조업 보호 품목으로 지정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물량을 제한해왔다.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현지 법인 생산·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이 겹치면서 이익률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② 자동차·전기차 배터리
전통적으로 한국 자동차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그러나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북미 최종 조립’을 조건으로 걸고 있어, 한국 완성차 기업들은 현지 공장 증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배터리 역시 SK·LG·삼성 등이 미국 현지 합작공장을 세우며 대응 중이다. 문제는 투자 비용이 과도하게 커지고, 수익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③ 반도체 및 IT 부품
미국은 자국 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를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장비·기술 이전에 대한 조건, 중국과 거래 제한 등의 규제가 겹치면서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세 갈등이 아니라 지정학적 산업정책으로 연결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처럼 특정 산업군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강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관세율 협상만 바라보기보다는,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자체를 재편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3.살아남는 법 – 한국 수출기업의 전략과 대응
그렇다면 한국 수출기업들은 어떻게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전략이 제시된다.
① 현지화 전략 강화 – 미국 내 생산·투자 확대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Made in USA’를 늘리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배터리·철강 업계는 현지 공장을 세우고 합작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안정적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배터리 분야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다.
② 공급망 다변화 – 미국 중심에서 다극화 전략으로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미국 시장에 의존할 경우,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유럽·동남아·인도·중동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철강 기업들은 인도·동남아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반도체 기업은 유럽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중심 공급망 + 대체 시장 확보”라는 다층적 구조가 필요하다.
③ 정부·산업계 공조 – 제도적 지원과 외교 전략 병행
기업 혼자서 관세 리스크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통상외교 강화와 함께 WTO·FTA 체제를 적극 활용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산업계는 단기 손실을 줄이는 비용 지원,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과의 신경전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관세 갈등은 단순한 경제 뉴스가 아니라, 한국 수출기업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문제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관세 협상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현지화·공급망 다변화·정부 협력을 통한 전략적 생존법이야말로,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앞으로의 한·미 협상은 한국 수출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